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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편 왕패

8

군주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은 먼 것을 다스리려 하지 말고 가까운 것을 다스리며, 귀와 눈이 미치지 않는 불확실한 것을 다스리려 말고 눈앞에 보이는 확실한 것을 다스리며, 또 이것저것 잡다한 것을 다스리려 말고 근본이 되는 한 가지 일을 다스리는 것이다.

임금이 가까운 데 것을 잘 다스릴 수 있으면 먼데 것도 따라서 잘 다스려지고, 임금이 눈앞에 보이는 확실한 것을 잘 다스릴 수 있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먼 곳의 일도 따라서 그렇게 되며, 또 임금이 근본이 되는 한 가지 일을 들어맞게 할 수 있으면 백 가지 일이 다 따라서 바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임금으로 앉아 천하의 정치를 한 몸에 다 들으면서도 오히려 날마다 시간이 남고 처리할 일거리가 모자랄 정도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방법을 취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곧 정치의 극치인 것이다.

이미 가까운 데를 다스리며 또 먼 데를 다스리기에 힘쓰고, 이미 명백한 것을 다스리고 또 희미한 데까지 다스리려 애쓰고, 이미 하나를 적당히 처리하고, 또 백 가지를 바로하려고 애쓰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과 같다. 마치 곧은 나무를 세워 놓고 구부러진 그림자를 찾는 것과 같다.

가까운 데도 못 다스리면서 먼 데를 다스리려 들고, 명백한 것도 못 다스리면서 희미한 것을 다스리려 들고, 하나도 바로 못 하면서 백을 바로하려는 것은 사리에 어긋나는 짓이다. 마치 구부러진 나무를 세워 놓고 곧은 그림자를 찾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왕은 요령을 좋아하고, 어리석어 생각이 어두운 군왕은 자세한 것을 좋아한다. 요령을 알면 백사가 살펴지고, 자세한 것을 좋아하면 백사가 제대로 안 된다. 군주는 재상 한 사람을 알고, 법강(法綱) 한 가지를 알고, 대방침 하나를 밝혀서 그것으로써 천하를 포섭하고 조명하고 그 성공을 보는 것이다.

재상은 많은 장관의 우두머리를 선발하여 일을 맡기고 통솔하고 조정의 각 직분을 정돈하며, 공적과 노력에 따라 상여를 정하며, 연말에는 그 공적을 군주에게 보고하여 적당하면 인가하고, 부적당하면 파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주는 재상을 구하기에 힘이 들고, 쓴 뒤에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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