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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재능에 따라 관직을 주는 방법을 들어 보면, 사람됨이 성실, 정직하고 부지런하며, 계산에 아주 세밀하고 빈틈이 없어 거의 실수하는 일이 없는 것, 이것은 일반 하급관리로서 알맞은 재능이다.

몸을 닦아 가는 품이 아주 단정하고, 법도를 존중하고 자기의 직분을 소중히 지켜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마음이 없으며, 자기의 직무를 지키고 주어진 과업에 성실을 다하여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대로 늘이거나 줄이는 일이 없어, 이것을 그대로 자손 대대에 전하여 그 직분을 절대로 남에게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 이것은 사대부 등의 고급관리로서 알맞는 재능이다.

다음, 예의를 존중하는 것은 군주를 높이기 위한 것이요, 선비를 우대하는 것은 명성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것이며, 백성을 사랑하는 것은 나라를 편안하게 하기 위한 것이요, 나라에 일정불변의 법칙을 두는 것은 풍속을 통일하기 위한 것이요, 어진 이를 높이고 유능한 사람을 기용하는 것은 공적을 크게 하기 위한 것이요, 근본이 되는 농업에 힘쓰고 상업을 억제하는 것은 생산을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요, 하민(下民)과 적은 이익을 가지고 다투지 않는 것은 큰 일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요, 제도를 명확하게 하고, 모든 사물을 저울질하여 그것을 실용에 들어맞도록 하는 것은 만사를 아무 장애 없이 잘 처리해 나가기 위한 것이니, 이모든 것을 깊이 깨달아 안다면, 그 재능은 재상이나 보좌관 감으로 넉넉하다.

사람의 재능을 헤아려 아는 것만으로는 군도에는 못 미친다. 이상에서 말한 세 가지 재능이 있는 사람을 가려 각각 그에 알맞는 관직을 주고, 여기에 그 차례와 순서를 잃지 아니할 때, 이것을 일러 군주의 행할 도리라고 하는 것이다.참으로 이와같이만 한다면 몸은 한없이 편안한 가운데 나라가 저절로 잘 다스려지고, 위대한 공적을 이룸과 함께 이름 또한 아름답게 빛나, 크게는 왕자가 될 수도 있고, 안되더라도 그 다음가는 패자라도 될 수 있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군주로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이다.

그러나 만일 군주로서 이상에 말한 세 가지의 재능 있는 사람을 가려 앉힐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그 좋은 방법을 따를 줄은 전혀 모르고, 다만 높은 위신을 떨어뜨려 가며 몸소 수고를 다하고, 이목(耳目)의 쾌락마저 다 물리치고, 몸소 자질구레한 행정사무를 날마다 세밀하게 처리하며, 때로는 하루에 그것을 아주 자세하게 하여 신하들과 함께 누가 더 세밀한가를 서로 경쟁하면서 자기의 치우친 재능을 다 기울인다면 혼란하게 될 뿐이다. 이것이 이른바 '보지 못한 것을 보려 하고, 듣지 못할 것을 들으려 하고, 하지 못할 것을 하려 든다'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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